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가 발생하는 가운데 도심 한복판에서 장갑차 행렬이 목격됐다. 중국 사회에서는 강경 진압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군이 무력 진압에 나설 경우 1989년 천안문 사태처럼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9일 트위터 등에는 중국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 도심에서 장갑차들이 대로변에서 줄을 지어 이동하는 장면이 올라왔다.
주민들은 이 장갑차 행렬이 쉬저우 동남부에 있는 상하이로 이동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상하이에서는 지난 27일 시민들이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중국 도심에서 장갑차 같은 전투용 차량이 등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가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일각에는 단순한 훈련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시위대는 이른바 ‘백지행동’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산당의 검열과 통제에 맞선다는 의미로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A4용지를 들고 항의하는 방식이다. 상하이 청두 시안 우루무치 등에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백지를 들고 중국 정부에 항의했다.
대만 중앙통신은 “SNS에 ‘#백지행동’이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가 (검열로 인해) 삭제됐다”고 전했다. 트위터에는 장갑차 이외에도 무장 경찰이 방역복을 입은 채 진압봉과 방패를 들고 행인들을 수색하는 장면 등이 공유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 북부 바오산구에서 신장위구르 우루무치에서 발생했던 화재의 희생자를 추모한 시위대는 “공산당 물러나라, 시진핑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지난 24일 코로나 방역에 따른 봉쇄 조치로 주민들이 갇힌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숨졌다.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많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위가 확산됐다.
중국 공안 당국은 29일 “어떤 권리나 자유든 법률의 틀 안에서 행사해야 한다”며 이번 시위를 불법으로 못 박았다.
중국 외교부는 28일 브리핑에서 ‘시위 확산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 종료를 고려하고 있는가’라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거론한 상황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공산당의 영도와 중국 인민의 지지로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안문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공산당 정부가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빚어진 유혈 사태다. 당시 중국 정부는 시위에 참여한 학생과 노동자 등 시민들을 탱크와 장갑차로 해산시켰고, 발포도 이뤄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