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사망한 고(故)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추도대회가 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거행됐다. 14억 중국인들은 관영 CCTV로 생중계된 추도대회를 지켜보며 3분간 묵념했고 전국에서 경적과 방공 경보가 울렸다. 묵념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 금융시장은 주식, 선물 등의 거래를 중단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침통한 표정으로 약 50분 동안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는 “우리가 장쩌민 동지를 우러러보고 그리워하는 것은 그가 평생 심혈과 정력을 중국 인민에게 바쳤고 민족독립 인민해방 국가부강 인민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어 “1989년 중국에 중대한 정치 풍파가 발생했을 때 장 전 주석은 당 중앙의 동란 반대 기치를 단호히 실행하고 사회주의 국가 정권을 수호했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천안문 민주화시위를 유혈진압해 서방의 제재를 받았던 시기를 거론한 것이다. 장 전 주석은 그해 6월 당 총서기에, 11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출됐다.
시 주석은 또 전면적인 샤오캉사회 건설 추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홍콩과 마카오 반환 등 고인의 업적을 열거하며 “장 전 주석이 남긴 3개 대표 이론은 당이 반드시 견지해야 하는 지도 사상”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추도사 낭독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차이치 정치국 상무위원의 구호에 맞춰 영정을 향해 세 번 허리 굽혀 인사했다.
시 주석은 지난 10월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았지만 이날은 착용했다. 당 대회 기간 하루 1000명을 넘지 않았던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최근 2만명대로 급증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 대회 폐막식 도중 끌려나가듯 퇴장했던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이날 추도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화장식 전 인민해방군 종합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모습을 드러냈다.
장 전 주석의 고향인 장쑤성 양저우의 고택 앞에는 시민들이 모여 고인을 기리며 헌화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장 전 주석이 손을 들어 작별 인사를 하는 캐리커처와 “장 할아버지 편히 쉬세요” 등의 추모 글을 SNS에 공유했다.
추도대회를 마친 시 주석은 7~9일 미국의 중동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중국·아랍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날 아랍권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아랍 정상회의에 14개국 정상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아랍과 중국 관계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하고 있는 틈을 타 역내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석유 감산,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등을 놓고 미국과 관계가 벌어진 사우디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