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 지하철역에서 12일(현지시간) 출근길 무차별 총격 사건이 벌어져 16명이 다쳤다. 범인은 방독면을 쓴 채 연막탄을 터뜨린 뒤 총을 난사했다.
뉴욕경찰(NYPD)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4분 뉴욕 지하철 N 노선 열차가 브루클린 36번가 역에 접근할 무렵 흑인 남성 한 명이 가스마스크를 착용한 뒤 가방에서 연막탄을 꺼내 터뜨렸다. 연기가 객차를 가득 채우자 남성은 열차와 인근 승강장에 있던 시민들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총격이 시작되면서 열차와 승강장은 순식간에 공황상태에 빠졌다. 기차 문이 열리면서 연기가 역 전체로 번졌고, 공포에 질린 승객들은 소리를 치며 달아났다. 승강장에 있던 시민들도 열차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피투성이 승객들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보고 패닉에 빠졌다. 지하철 선로를 이용해 건너편 승강장으로 뛰어든 승객도 많았다. 지하철 좌석과 차량은 순식간에 피로 범벅이 됐다.
이날 사건으로 10명이 총에 맞았고 이 중 5명은 중태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시 당국은 설명했다. 연기를 흡입하거나 총격 현장을 피하려다 사람들에 깔려 상처를 입은 사람도 6명이나 됐다. 당시 현장에는 출근·등교하려던 승객 40~50명 정도가 있었다고 한다.
총격범은 사건 직후 지하철역에 총을 버리고 도망했다. 165㎝ 정도의 흑인 남성으로,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는 초록색 안전조끼 차림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현장에 있었던 야브 몬타노는 CNN방송에 “폭죽 소리인 줄 알았다. 의자 뒤에 숨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며 “사람들이 서로를 밟고 잠긴 문을 뚫고 나가려던 모습을 봤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장 주변에 경찰 특수부대를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일부 학교는 휴교령을 내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사건에 대해 긴급 브리핑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는 NYPD 통계를 인용해 올해 1월1일부터 4월 3일 까지 뉴욕시 총격 사건이 전년 동기 260건에서 296건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는 “뉴욕시에서 총격 사건이 자주 발생하는 상황임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가슴 아픈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