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전면전에 돌입했다. ‘동부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전방위 타격을 가하며 초기 북부에서의 침공 실패를 설욕하겠다는 태세다. 돈바스 전투가 이번 전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만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대규모 군사 충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돈바스 전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군 전력 중 상당 부분이 이 전투에 집중하고 있다”며 “얼마나 많은 러시아군이 그곳에 몰아닥치더라도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결사항전 의지를 밝혔다.
돈바스는 러시아 지원을 받는 분리·독립세력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자체 공화국을 수립하면서 교전이 지속됐던 지역이다.
러시아군은 돈바스 전면전을 위해 5만명 이상의 병력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가디언에 “돈바스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군 대대전술단(BTG) 규모가 65개에서 76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를 점령하기 위해 돈바스, 이지움뿐 아니라 남부 자포리까지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돈바스부터 남부 크림반도를 잇는 요충지인 마리우폴 함락에 사활을 걸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대피한 마리우폴의 제철공장 벙커 내부를 직격하는 ‘벙커 버스터’ 폭탄도 투하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개전 초기 북부 패배의 교훈을 동남부 작전에 적용하고 있다. 미 고위 당국자는 CNN을 통해 “러시아군이 적절한 지속 생존 능력을 갖추지 않았던 북부에서의 패배에서 얻은 교훈을 새 작전지역(동남부)에 적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지휘명령체계 개선과 함께 부대 간 유기적 결합력을 높여 초기 침공 실패를 보완해 돈바스 전투를 치르겠다는 뜻이다.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전면전을 시작하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방어용 무기에 이어 공격용 무기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서 출발한 4편의 비행기가 전날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며 “곧 다섯 번째 비행기도 도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지원한 무기에는 헬리콥터, 곡사포, 장갑차와 함께 8억 달러 규모의 장비가 포함됐다.
미국이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테러지원국에 지정되면 미국의 수출관리 법규에 따라 무기 수출 금지, 일반 특혜 관세제도 적용 금지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한편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러시아 용병 기업 와그너그룹을 이끄는 예비게니 프리고진 대표가 최근 현장 작전지휘를 위해 돈바스 지역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와그너그룹, 체첸군 등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무장 단체들이 교전이 치열한 남동부와 동부에 집결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쟁이 더 잔혹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재현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