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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포식자’…日연예계 거물의 소년 성착취 의혹 재점화


영국 공영방송 BBC가 다큐멘터리 방송을 통해 2019년에 숨진 일본 연예계 거물 고(故) 쟈니 기타가와가 생전에 기숙사를 차려놓고 아이돌 지망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일삼았다는 의혹을 재조명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방송한 BBC 다큐멘터리 ‘포식자: J팝의 비밀 스캔들(Predator: The Secret Scandal of J-Pop)’에서다.

방송은 일본 연예계 거물이 된 기타가와가 어떻게 10대 소년들을 성 착취했는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기타가와는 일본 대표 연예기획사 ‘쟈니스 사무소’를 세우고 남자 아이돌 그룹을 주로 육성한 인물이다. 대표 아이돌 그룹으로는 남성 4인조 ‘쟈니스’, ‘스마프’(SMAP)‘, ’아라시‘ 등이 있다. 그는 2012년 9월 24일 ’인기차트 1위 가수를 가장 많이 프로듀싱한 인물‘로 기네스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2019년 7월 10일 뇌졸중으로 숨졌다.

방송에 피해자로 등장한 하야시(가명)씨는 15세 때 기숙사라는 곳에서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또 기숙사에 유일한 성인이 기타가와였기 때문에 성 착취를 당한 소년들이 어디에도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 상황이 사실상 묵인됐다는 것이었다. 방송에 따르면 당시 12살에 불과한 피해자도 있었다.

BBC도 기타가와의 성범죄가 일본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일본 언론과 아이돌 산업이 ‘상호 의존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기타가와의 아이돌을 찾아 늘어난 시청자, 구독자, 청취자들이 언론의 광고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언론 보도가 있긴 했다. 1999년 일본 언론사 슈칸분šœ(주간문춘)은 기타가와의 성적 학대를 주장한 지원자 10명의 이야기를 기사로 내보낸 바 있다. 피해자들은 해당 보도에서 기타가와가 자신들의 데뷔를 결정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그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슈칸분šœ의 기사들은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고, 도쿄 고등재판소는 슈칸분šœ의 기사 10건 가운데 9건이 사실이라고 2003년 7월 판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에도 불구하고 기타가와는 87세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형사 기소를 모면했다.

BBC는 “일본은 공손함을 자랑으로 여기는 나라다. 무례함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성 학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 타인에게 부담을 주는 것처럼 비치는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