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금융시스템 위기의 최대 뇌관이던 크레디트스위스(CS) 은행을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합병하기로 했지만 시장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스위스 정부와 스위스국립은행(SNB)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UBS가 CS를 30억 스위스프랑(약 4조2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SNB은 이번 인수를 촉진하기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약 131조원)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했다.
UBS의 CS 인수 협상은 금융시스템에 불거진 불안 신호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스위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며 타결됐다.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UBS 측이 전날 밤 CS에 인수 금액으로 약 10억 달러를 제안했지만 CS 이사회는 즉각 이 제안을 거부했다”며 “하지만 스위스 정부가 스위스 기관에만 특별 보호 조건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 UBS가 유일한 인수 후보로 남았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UBS는 정부 압박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구원투수 역할을 맡은 모양새다. 콜름 켈러허 UBS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당위성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인수를 ‘두 거물의 강제 결혼’이라며 “UBS는 절대 원치 않았던 일”이라고 분석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공동성명을 내고 “스위스 당국의 발표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20일 스위스 증시에서 CS 주가는 장중 64%가 떨어져 0.67스위스프랑(944원)까지 추락했다. CS 역사상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스위스 우량 기업 20개의 주가지수를 나타내는 SMI는 개장 초반 2.1%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CS의 문제가 UBS로 번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SVB 파산으로 노출된 미국 중소형 은행의 취약성도 해결되지 않아 시장의 불안과 불확실성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UBS의 CS 인수 발표 직후 주요국 6개 중앙은행은 추가 유동성 압박에 대처하기 위한 달러 스와프 라인 협정 체결을 발표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캐나다 일본 스위스 중앙은행은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기 위한 공동 조치”라고 밝혔다. 스와프 라인은 통화를 교환하기 위한 두 중앙은행 간 계약을 뜻한다. 로이터통신은 “대서양 양쪽의 중앙은행들이 최근 금융시스템 혼란을 얼마나 우려하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송태화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