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27일 중국을 방문했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공산당에 패한 국민당이 중화민국 정부를 대만으로 옮긴 이래 전·현직을 통틀어 대만 총통이 중국을 방문한 건 처음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마 전 총통이 이날 오후 상하이에 도착해 곧바로 장쑤성 난징으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 대만판공실과 상하이시 당 위원회 책임자들이 공항에 영접을 나왔다. 대만연합보 등에 따르면 마 전 총통은 타오위안 공항을 출발하며 “나는 37세 때 정부에서 양안 업무를 담당했는데 올해 73세로 36년을 기다려 대륙(중국)을 방문하게 됐다”며 “오래 걸렸지만 갈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마 전 총통은 12일 동안 중국에 머물며 난징을 비롯해 신해혁명의 도화선이 된 우창봉기가 일었던 후베이성 우한과 임시 수도 충칭 등을 방문하고 후난성 샹탄의 종가를 찾을 예정이다.
홍콩에서 태어나 대만으로 이주한 마 전 총통은 수도 타이베이 시장을 거쳐 2008~2016년 총통을 지냈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 소속으로 경제적 이익 등을 위해 양안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었다. 대만 독립·통일·무력사용에 반대하는 현상 유지 성격의 ‘3불 정책’을 폈다. 임기 말인 2015년 11월엔 싱가포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당시 양안 관계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던 중국 정부와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국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이번 마 전 총통의 중국 방문과 중국의 환대 역시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제1야당인 국민당을 지원하며 정권 교체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은 오는 29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중미 수교국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면서 미국을 경유해 정부 고위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대만의 전·현직 총통이 각각 미국과 중국을 방문하면서 총통 선거를 둘러싼 미·중 대리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거듭 밝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