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 봉쇄가 기약 없이 길어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겪는 고통이 날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보다 감염 시 아이와 떨어져 격리시설로 가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베이징에서도 학교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잇따라 나와 상하이처럼 봉쇄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번지고 있다.
상하이시는 격리시설 밖에서 신규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 ‘사회면 제로 코로나’에 도달해야 봉쇄를 서서히 푼다는 방침이다. 상하이시가 최근 봉쇄 조치를 오는 26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을 때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생후 두 달 된 딸을 키우고 있는 한 여성은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봉쇄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무력감 때문에 너무 화가 난다”며 “내가 걱정하는 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니라 양성 판정을 받았다가 격리 조치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시는 당초 부모나 아이가 양성 판정을 받으면 서로 떨어져 격리시설에서 지내게 했지만 반발이 거세게 일자 7세 이하 자녀는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했다. 영국에서 온 두 아이의 엄마는 “많은 사람들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로 봉쇄 28일째인 상하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참하고 황당한 일들은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퍼졌다. ‘4월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엄격한 격리 방침 탓에 부모와 떨어지게 된 아이, 부모가 아파도 병원에 데려갈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자식의 호소 등이 나온다.
상하이에선 23일 하루 동안 2만105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중국 전체 감염자(2만1796명)의 96.6%가 상하이에서 나왔다.
지난 22~23일 이틀 동안 28명의 감염자가 나온 베이징도 비상이 걸렸다. 베이징시는 감염자가 학생과 고령의 단체여행객, 택배기사 등으로 다양하고 활동 범위가 넓은 데다 6개구에 걸쳐 있어 병세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특히 한 학교에서 10명이 감염된 건 이미 상당 기간 조용한 전파가 이뤄졌다는 의미여서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중국의 한 매체는 “베이징이 직면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홍콩에선 코로나19 사망자가 급증해 장례식을 제때 치를 수 없게 되자 시신이 부패하고 있다. 홍콩은 지난 두 달 동안 코로나19로 9000명 넘게 사망하면서 이들의 시신을 야외에 임시로 지은 컨테이너 냉장고에 보관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