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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최대 정유사, 구매자 물색 실패…폴란드·불가리아에는 가스 중단


러시아 최대 에너지기업 로즈네프트가 원유 판매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틀어막기 위한 국제사회 제재가 힘을 발휘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 전면 중단을 통보하며 에너지 무기화 전략을 고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로즈네프트가 지난주 원유 3800만 배럴 판매를 위한 국제 입찰을 시행했는데, 중개업체들이 입찰을 포기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즈네프트는 발트해아 흑해 항구에서 낙찰자에게 원유를 인도할 것이라는 구체적 내용도 공지했지만, 입찰자가 없어 판매할 수 없었다고 한다.

로이터통신도 “로즈네프트는 650만 배럴의 원유를 판매하며 구매자에게 루블화로 100% 선지급을 요구했고, 이에 대한 입찰자는 없었다”며 “일방적 입찰 조건 때문에 인도 국영 정유사들조차 입찰하지 않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판매 실패 문제는 오는 5월 15일부터 시작되는 유럽연합(EU) 제재 때문으로 풀이된다. EU는 지난달 유럽 이외 지역에서 로즈네프트 원유를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제재를 발표했다. 원유 구매 후 EU에서 정제해 판매하는 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업체들은 서방 동맹의 제재가 강화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 평판이 하락할 우려도 있어 러시아 원유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로즈네프트는 러시아 최대 납세 기업이다. 2020년 납세액은 러시아 예산의 5분의 1(320억 달러)을 차지했다. WSJ은 “러시아는 미국과 달리 저장 공간이 많지 않다. 러시아는 원유 생산을 줄여야 한다”며 “생산량을 한 번 줄이기 시작하면 회복하기가 어렵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원유를 대폭 할인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PVM원유협회 타마스 바르가는 “러시아의 대표적 원유가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약 35달러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주요국들도 원유 수입 경로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장관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안나 모스크와 폴란드 경제장관과 회담을 마친 직후 기자들에게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독일이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수일 내로 자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인 가즈프롬은 폴란드와 불가리아 정부와 국영 가스회사에 27일부터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AP통신은 “두 국가가 가스 구입 대금을 루블화로 내라는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유럽 국가에 실제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 건 처음이다.

안나 모스크바 폴란드 환경부 장관은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다”며 “가정에 공급되는 가스가 부족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리아 정부는 대체 공급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스 공급 중단 소식으로 유럽의 가스 거래 가격은 17% 급등했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 전략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