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94)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나이를 체감하게 된 순간과 후계자 그레그 에이블(62)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은퇴를 결심한 배경을 직접 밝혔다.
어제(14일)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버핏 회장은 "나는 90세가 될 때까지는 뭔가 이상한 이유로 나이가 들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나이가 들기 시작하면, 이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은퇴를 전격 발표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준 버핏 회장은 “특정한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밝혔으며,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균형 감각을 잃거나 사람들의 이름을 잊고, 신문 글씨가 흐려지는 등의 노화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CEO 일을 하는 데 있어 다른 누구보다 더 쓸모가 있다고 생각되는 한 CEO로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라며 “이 역할이 이렇게 오래 지속된 것은 오히려 나에게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
그간 월가에서는 버핏이 평생 버크셔 CEO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해왔으나, 그는 스스로 "평생 CEO로 남을 계획은 없었다"고 못 박았다.
버핏 회장은 약 60년간 버크셔를 이끌어 왔으며, 오는 2026년 1월 1일을 기해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레그 에이블 부회장이 그의 후임을 맡게 된다.
다만 그는 버크셔 이사회 회장직은 유지하며, 은퇴 이후에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사무실을 계속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퇴까지 남은 8개월간도 예전처럼 일할 것이며, 은퇴 후에도 집에 앉아 연속극을 보는 일 따위는 없을 것”이라며 “여전히 기분이 좋고 건강도 괜찮다”고 강조했다.
또한 버핏 회장은 "나는 여전히 시장의 공포에 휘둘리지 않는 투자자"라며, “20년, 40년, 60년 전처럼 지금도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전혀 문제 없다. 시장이 패닉에 빠질 때 나는 오히려 더 쓸모 있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계자로 지목한 에이블 부회장에 대해 "정말 훌륭한 재능은 매우 드물며, 그는 유능한 경영인이자 성공적인 투자자"라고 극찬했다. 특히 에이블 부회장이 수행하는 업무량과 속도가 자신을 앞지르고 있음을 직접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그레그가 하루 10시간 동안 해내는 일을 내가 같은 시간 안에 해내는 양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는 점점 더 극적으로 벌어졌다"며, "그는 변화가 필요할 때 변화를 만들고, 문제 해결과 경영 전반에서 훨씬 더 효율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레그를 그 자리에 앉히지 않는 건 불공평한 일"이라며 “버크셔가 그레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회사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핏 회장은 이처럼 개인적인 변화와 실질적인 경영 판단을 토대로 한 은퇴 결정임을 강조하며, 경영권 이양 이후에도 버크셔의 가치와 철학은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